December 2009
11 posts
가벼운 연말담
올해와 내년에 관해서 뽑을 수 있는 것을 단 하나씩만 골라보자. 나쁜 이야기 먼저. 올해 가장 후회 되는 일은 역시 자퇴를 하지 않은 것이리라. 아버지의 참으로 은유적인 협박에 당해 결국 학교를 다니게 됐다만, 실수도 그런 실수가 또 없었다. 내년이 불안하게 만드는 선택이 아니었던가 싶다. 이런 돌아버리는 삶은 어느순간 끝나겠지만, 그리고 끝날날이 가까웠지만, 그날까지는 돌아버린채로 있어야 한다는 거다. 이런 젠장. 때문에 내년에 하면 안되는 일은 후회되는 선택을 하지 말고 선택에 후회를 하지 않는 것이다. 나쁜 이야기는 이정도만 하자. 더 하면 뭐하는 가. 이제 좋은 이야기. 올해 가장 좋았던 일을 세가지로 나열하면, 첫째로는 20대가 오기 전 내 방이 생긴 것이고 둘째로는 웹진에 글을...
Dec 31st
산타 죽이기
크리스마스 이브. 나는 아직도 크리스마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크리스라는 멍청한 이름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거리 취급받았던 기억 때문이리라. 12월 24일 학교에서 놀림거리가 된 날마다 나는 아버지에게 왜 하필이면 마씨로 성을 바꿨느냐고, 한국에 살 거면 왜 내 이름을 크리스라 지었느냐고, 아버지 고향으로 돌아가서 살면 안되느냐고 한참을 투덜댔다. 이 기억 하나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건 아닐 테지만. 이렇든 저렇든 오늘 밤에는 나의 자식을 위해 크리스마스의 전령 산타가 돼야 할 임무가 있다. “크리스….” “예, 아버지.” 안방에서 아버지가 부르시는 목소리가 들린다. 진정 예의 바른 한국인이라면 이런 부름에는 바로 답하고 눈앞으로 달려가야 한다....
Dec 30th
개인적인 글 쓰는 자세에 관한 잡담
이런 글을 썼었다. 부정否定 문장이 단어의 집합이라면 좋겠다. 시가 문장의 나열이라면 좋겠다. 글 쓰는 일이 헛짓거리라면 좋겠다. 이 세줄의 글이, 내가 글에 대하는, 글을 쓰는 자세라고 할까. 내가 쓴 글을 시라고 부른 적이 없다. ‘지나치게 긴 묘사’ 혹은 ‘문장의 나열’이라고 부른 적은 많다. 요새는 문장의 나열이라고 많이 부른다. 난 시를 써본 적이 없다. 그저 그럴듯한 동시에 개연성이 있는 수십 개의 문장을 연결하거나 분해하고 떠오르는 묘사를 끄적여서 집어넣고 고치고 이런 것도 내가 글에 대하는, 글을 쓰는 자세이다. 소설가라는 걸 처음 하고 싶어하던 때가 떠오른다. 누군가 글은 개나소나 다 쓴다는 식으로 말을 했고,...
Dec 15th
스크랩 또 하나 →
미투데이를 통해 알게된 콩바구니님의 블로그에서 글 하나를 링크한다. 관심있는 내용이라 재밌게 봤다.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Dec 11th
스크랩. →
요즘 늙은이들 버릇없어 큰일이다라는 자극적인 제목이지만, 충분히 공감할만한 내용이라 스크랩했다. 원래는 이렇게 큰 이야기거리는 무시하고 지나가는 편이지만, 공감돼서 물어봤다.
Dec 6th
파이프가 아니다
*이 글은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본 마그리트의 그림에대한 감상문입니다. 1.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마그리트의 그림은 쉬운 얘기다. 2. 그림으로 박제된 파이프는 더이상 파이프처럼 쓸 수 없다는 3. 아니, 에초에 그림에서 만들어져 파이프가 될 수 없다는 것. 4. 마그리트는 간단한 얘기를 복잡하게 위장했을 뿐이다. 5. 위장한 적도 없다. 그저 사람들이 어렵게 받아들였을 뿐. 6. 사람은 간단한 사실을 어렵게 해석하는 몹쓸 버릇이 있다. 7. 마그리트의 또 다른 작품인 겨울비는 레이닝 맨이란 노래를 떠오르게 한다. 8. 누군가 그림이 섬짓하다고 했는데 그보다는 기발하고 쓸쓸하다 하겠다. 9. 비처럼 내리는 신사는 한순간 파이프를 응시한다. 10. 파이프가 아닌 파이프를...
Dec 5th
오타
워커홀릭의 알파벳은 workaholic이다. 누군가는 내가 쓴 잡문 중 하나를 보고 이를 지적하리라. 그 밖에도 수 많은 오타가 있지만, 수정하지 않는다. 첫째는 원문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고의적인 오타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겠다. 첫째는, 내 습작의 원본은 거의가 필사본임이 이유이고 둘째는, 표현상의 이유이다. 그렇다고 내가 오타에 민감하지 않은 건 아닌데 말이다.
Dec 3rd
나의 하루 하루를 걱정한다. 나는 이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텨왔나. 나는 어째서 이 긴 시간을 버텨왔던가.
Dec 2nd
너무나 많은 걸 빼앗겼다.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까. 아니, 되찾을 수 있을까. 세상엔 도둑이 참 많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도둑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우린 서로에게 도둑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에 대한 죄책감이나 책임감도 없을 것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Dec 2nd
글 쓰고 보니까, 난 ‘뇌리에 스치다.’라는 표현을 집착처럼 자주 쓰는 거 같아.
Dec 1st
고양이 그림자
스피커는 끊임없이 노래를 쏟아냈다.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심란한 울음이 방을 적셨다. 야밤에 들을 노래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오디오를 꺼버리고 메모지에 ‘심야 라디오에 이게 무슨!’ 정도의 글을 적었다. 방이 다시 밤만의 고요를 되찾자 피로가 몰려왔다. 아무래도 잠자리에 들 시간이 왔나 보다 싶었다. 너무 오래 깨 있으면 아무리 피곤해서 자리에 누워도 눈이 감기지 않는데, 내가 그랬다. 결국 나는 스텐드 불빛으로 잔잔히 차올라있는 어두운 방의 전경을 뜬눈으로 감상해야만 했다. 언제부턴가 스텐드 불을 켜놓고 자리에 눕는 습관이 생겼다. 어둠이 무서워진 거다. 사랑하는 대상 없이 오랜 시간을 보냈기는 했다만 그래도 아직 서른 살도 안 먹은 내게 어둠의 고독이 무섭다니. 여자들과 남자들...
Dec 1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