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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지하철에서

다섯 번째. 만취한 남자가 뒤틀린 손으로 닫히는 스크린 도어를 막은 지 다섯 번째가 되어서야 운전사는 지하철의 문을 열었다. 노약자석에 앉아 만취자의 행동을 바라보던 할머니들이 한숨을 쉰다.

“여기 앉으세요.”

누군가 만취한 남자를 불러 노약자석에 앉혔다. 만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비비며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를 연창하다 자리를 빌려준 무리를 자신과 같이 술 먹던 이들로 착각하고 치근댄다. 무리는 만취자를 버려두고 다음 역에서 급히 내린다.

“뭐!’

계속 정신 못 차리고 해롱대던 남자에게 옆자리 노인이 소리친다.

“술 좀 곱게 먹어!”

얼핏 보기엔 노인이 화난듯하지만, 말하는 속은 도리어 남자를 걱정하고 위로한다. 남자는 죄송하다 말하며 몸을 비비 꼰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형님. 지하철에서 처음 만난 노인을 형님이라 부르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맞은편에 앉아 만취자를 걱정 반 한심 반으로 바라보던 할머니들이 웃는다. 술 좀 적당히 마시라며 노인을 거들어 훈계하기도 한다.

“여기 어딘지는 알아?”

남자가 몸을 일으키자 노인이 다시 호통한다. 혀 꼬인 소리. 의외로 남자는 정확히 역의 이름을 댄다. 만취한 와중에도 자신이 내릴 곳을 정확히 알던 남자.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파리 내쫓듯 가라는 손짓을 하고, 남자는 들어올 때만큼이나 비틀거리며 지하철을 나선다.

” 남자가 저렇게 취하면, 큰일이 있는 거에요. 뭔가 안 좋은, 좋은, 일.”

노인이 맞은편 자리 할머니 무리에게 말한다. 할머니들은 고개를 몇 번 끄덕인다. 열차 안은 만취자가 들어오기 전만큼 조용해진다. 노인이 헛기침을 한다. 헛기침은 불규칙한 간격으로 반복된다. 노인의 헛기침 사이로 역 몇 개가 지나가고, 할머니 무리 중 둘이 사라진다. 남은 할머니가 눈을 감는다. 노인은 머리에 쓴 모자를 한 번 누른다. 눈을 감는다. 헛기침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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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체증과 인간 지옥에서 시달리며 썼습니다.

올해도 크리스마스 기념 글은 싱글들에게 바칩니다.

싱글이 좋은 거에요.

즐거운 성탄절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