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부르자.’
내가 상기된 표정―아마 그러했으리라―으로 친구와 의형에게 말했을 때,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곡을 예약했고, 의형은 내가 말한 곡을 몰라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그렇게 한 곡이 끝나고, 예정대로 졸업의 반주는 시작됐다.
노래방은 멜로디 라인을 잡아주는 소리가 나오지만, 그럼에도 내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다. 내가 노래를 못 부르는 걸 누구를 탓하겠는가. 다행히 친구는 나보다 노래를 잘 불렀다.
이미 분위기는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었다. 즐거운 표정으로 우리는 가사가 너무 암울하다며 장난스럽게 우는 소리를 내고, 마이크 두 개로 이 미친 세상에서 행복 하라며 소리를 질렀다. 뒤에 길게 남는 반주는 넘기려고 했는데, 친구는 넘기지 않았다. 별 뜻 없었다. 지금까지 반주를 안 넘겼으니까. 혹은 친구도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에, 안 그래도 충분히 훼손된 원곡을 더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였을지도.
’야 근데, 아까 바람이 분다랑 졸업은 너무 우울했어.’
바람이 분다를 먼저 불렀던가. 기억은 잘 나지 않았지만, 압구정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와중에 친구가 말했다. 그랬나. 동의는 했지만, 별생각 없었다. 우린 그때 즐거웠잖아. 그리고 지금은 너무 춥다고. 의형에게 몸을 기댄 나는 그 정도의 생각만을 했다.
그리고 난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 앨범을 샀다. 앨범을 사기 전까지 잘 들었고, 불법으로 음악을 받는 건, 인디씬에서 음악을 한다는 분들에게는 잔인한 일이니까. 아버지도 책과 앨범을 살 때는 돈을 아끼지 말라 하셨으니까. 그러니까.
아직 스무 살은커녕 열아홉 살도 되지 않은, 그러나 스무 살의 삶을 살게 될, 그 시간에 이 노래를 들은 나의 감상은, 이 정도가 전부였다.